요새 영국 파운드화가 약세이죠. 사실 한국 사람들에겐 여전히 파운드화가 1500원 이상으로 높은 편인데, 이는 한화도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에요. 지금 현재 영국 1파운드가 1600원을 넘은 걸로 보아 한국 환율이 정말 엄청 깨졌다는 것이 실감됩니다. 실질적인 비교는 기축통화인 US달러와 해야 하는데 영국은 역사상 전례없이 달러 대비 엄청난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브렉시트의 여파도 남아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세금감면 부양책으로 인한 역대급 단기 총리 사퇴 (오늘자로 새 총리가 부임되었습니다) 등 영국이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흥미로운 뉴욕타임즈 기사를 보았는데요. 영국의 여러 비즈니스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딱 한군데가 전례없는 호황을 겪고 있다고요. 바로 위스키입니다. 스카치 위스키, 바로 생각나시죠?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이 증가합니다. 타국에선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파운드화를 얻을 수 있는 만큼 위스키를 더 저렴하게 들여올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일단 뉴욕타임즈 기사는 유료 아티클인만큼 간단한 해석본과 함께 해당 기사 요약본은 아래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bian258/222909884334
스코틀랜드에서도 팬대믹 기간동안 미국과 아시아 - 태평양 지역 (한국, 일본 포함)에서 위스키 수요가 폭발하자, 전례없는 호황기를 맞이해 어리둥절하고 있다는 내용도 인용되었습니다. 여기에 파운드화 약세로 인해 비싼 술이었던 위스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자 수많은 위스키 애호가들이 쟁겨놓을(?) 목적으로도 구매하는 것도 원인이겠죠. 이참에 오늘은 위스키는 왜 비쌀까? 란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1. 위스키가 비싼 이유 - 숙성년수에 따라 가격이 다른 이유
보통 양주, 고급술 라고 하면 위스키를 많이 떠올리죠. 어렸을 땐 이마저도 희미해 위스키와 양주 차이가 뭐야? 라고 궁금해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냥 양주는 서양술을 가리키고 보통 '비싼 서양술'이란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니 위스키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어요. (물론 와인과 맥주도 엄밀히 따지자면 서양술이긴 하지만, 양주라고 지칭하진 않죠)
위스키는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위스키 가격은 10만원~20만원대입니다. 그럼에도 맘놓고 즐기기엔 부담스럽죠. 위스키가 다른 술보다 더 비싼 이유 중 하나는 오랜 제조 숙성 과정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흔히 위스키는 브랜드명 이외에도 ~년산까지 중요하게 치잖아요. 같은 발렌타인이라 하더라도 12년산, 15년산, 21년산 등 몇 년 숙성했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위스키 제조과정을 잠시 알아볼 필요가 있어요. 위스키의 주재료는 몰트라고 알려져 있어요. (버번 위스키는 옥수수입니다) 몰트는 보리에다가 물을 넣어 싹을 틔운 거고요. 이는 우리나라에선 '엿기름' 개념과 동일하며 식혜나 조청만들 때 사용하죠. 맥주의 주재료도 몰트란 점에서 맥주와 위스키는 사촌이라 할 수 있어요. 다만, 위스키는 맥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홉을 넣지 않죠.
맥아를 당분으로 만든 후 당분에 효모를 넣어 만든 술을 워시라고 합니다. 이 워시를 증류조에 넣어 높은 알코올 도수로 뽑아내는 것이 화이트 와인(혹은 화이트 도그)라고 해요. 이를 오크통에 넣어 몇년간 숙성을 거치면 비로소 위스키가 됩니다.
그럼 질문, 쌀을 증류시켜 오크통에 5년이상 숙성한다면 위스키라고 할 수 있을까요? 네 맞습니다. 서양 기준에서 보면 맥아, 옥수수 이외 다른 곡식을 사용해 증류한 '그레인 위스키'로 분류됩니다. 물론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증류식 소주이고요.
이러한 복잡한 증류과정 및 숙성년수는 원가를 높이는 원인이 됩니다. 특히 위스키는 숙성 과정에서 증발량이 꽤 되거든요. 도수가 높을 수록 휘발성이 높기 때문에 증발량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알콜도수 10도 발효주 2000리터를 46도 도수에 맞춰 증류하면 약 348리터 정도만 남는다고 해요. 도수가 높아지면 양이 줄어들고요. 여기에다 이 술을 모두 쓰는게 아니에요. 초반에 나오는 술, 중반에 나오는 술, 후반에 나오는 술을 각각 초류, 본류, 후류라고 부르는데 초류와 후류는 제품에 쓰지 않고 모아뒀다가 다음번 증류시 재증류합니다. 즉, 가운데 60~70% 본류만 사용해요. 스코틀랜드는 기온이 낮고 습하기 때문에 증발량이 1년에 약 1~2% 정도라고 해요. (한편 일전에 다뤘던 대만의 카발란의 경우 연평균 10%로, 4년만 숙성해도 거의 60% 넘게 증발하게 되죠)
즉, 숙성연수가 길어질수록 사용할 수 있는 양은 줄어드니 원가는 결국 시간에 비례해 올라가는 셈입니다.
https://lingual-hitchhiker.tistory.com/30
2.위스키가 비싼 이유 - 대한민국 주세법
외국에서도 위스키가 비싸지만 이 위스키가 한국에 들어오면 더 비싼 이유는 대한민국 주세법과도 관련이 있어요. 우리나라는 위스키 같은 증류주에 '종가세 (최종 출고가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제도)' 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대부분 일본, 유럽 등 위스키 선진국은 가격에 비례한 세금이 아닌 술의 양에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요.
예를들어 알코올 도수 40도 1리터 짜리 위스키가 있다고 할 경우 일본의 경우 약 4000원정도 세금이 나옵니다. 위스키 가격에 상관없이 10만원이건 20만원이건 40만원이건, 100만원이건 한 병에 들어간 알콜 도수가 40도이고 용량이 동일하다면 주세는 4천원인거죠. 근데 우리나라는 도수, 용량은 상관없고 최종 술 가격에 따라 세금이 달라집니다. 만약 원가+제조장 이윤을 붙여 최초 출고가가 10만원이라고 하면 주세만 약 72000원이라는 거에요. 여기에 증류주는 '교육세'가 붙습니다. 이는 주세의 30%에요. 여기에다가 부가세가 10% 또 붙죠. 그럼 10만원짜리 최초 출고가에서 최종 출고가는 최소 20만원입니다. 술 원가가 10만원인데 세금이 약 11만원이 넘게 나오는 거에요. 이 뿐 만인가요. 유통/ 소매 비용 등이 들어가면 가격은 점점 올라가고 10만원 최초 출고된 위스키는 최소 30만원 이상에 팔리게 되죠. 이는 위스키를 국내에서 생산했다는 가정 하에 입니다.
위스키를 외국에서 수입하면 어떨까요?
외국에서 위스키를 10만원에 구했다 칩시다. 여기에 관세 20%붙고, 또 위스키 수입시엔 주세, 교육세, 부가세가 또 다 붙어요. (개인 직구할 땐 주세, 교육세, 부가세가 붙지 않지만 용량에 따라 기타 세금 등이 붙을 수 있습니다) 즉, 스코틀랜드에서 40도짜리 위스키 1병을 일본과 한국에서 수입한다고 할 때 일본은 세금이 약 5천원, 한국은 세금만 약 11만원 정도인 거에요. 이는 일본에서 일본 위스키 뿐 아니라 다른 나라 위스키 가격이 싼 이유입니다.
이처럼 주세율은 탁주,약주,맥주보다 증류주가 압도적으로 높고 이는 우리나라 증류주가 고급 재료를 쓰는 위스키처럼 발전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최상급 고급 재료와 오랜 숙성 기한을 거쳐 비싼 증류주를 만들면 세금이 붙어 더 비싸지고 소비자들은 결국 이를 사먹지 않게 되니깐요. (10만원 소주..사드시겠습니까?) 결국, 제조장에선 원가를 낮춰서 소비가를 줄이고 감미료 첨가물을 많이 넣을 수 밖에 없어요.
3. 편의점에 국산 수제 맥주가 많아진 이유
맥주도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위스키와 동일하게 세율만 72%였습니다. 달랐던 것은 수입맥주는 수입 가격 + 관세만 내면 됐기 때문에 국산 수제맥주가 훨씬 비쌌다는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수제맥주가 가성비가 좋다는 인식이 생겼죠) 이로 인해 한국에서 수제 맥주 양조장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계속 밀려났는데 2020년 부로 마침 맥주는 종량세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최종 가격과 상관없이 1kl당 85만 5천2백원 세금을 내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4. 위스키 직구하면 쌀까?
위스키 인기가 폭발하면서 직구 시도했다가 세금 폭탄 맞았다는 글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위스키 가격이 150달러 미만이고 1병 1리터 미만이라면 자가 사용으로 인정되면서 관세, 주세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직구하고 싶은 위스키는 150달러가 초과할 거에요. 이 경우 결국 '수입'에 해당되면서 관세,주세,교육세,부가세 등으로 세금 폭탄을 맞고, 국내에서 도매업자들이 판매하는 가격과 별 차이가 없거나, 혹은 오히려 더 비싸게 구매하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증류주엔 교육세가 붙는 다는게 전 개인적으로 참 흥미로웠습니다. 도수가 높은 술을 먹으면 머리가 나빠지니 교육세가 필요하다는 걸까요? (맥주나 탁주등엔 교육세가 붙지않음) 여튼 위스키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선 위스키 가격이 높다는 것이 다소 아쉽습니다. 언젠가 위스키를 부담없이 즐길 수 있게 되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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