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아리산 등산, 일출을 하시는 분들은 모두 대만의 '자이嘉義'란 도시를 거치게 됩니다. 자이는 대만의 서부 중심에 위치한 곳으로 섬 중심에 위치한 아리산을 가기 위한 길목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흔히 자이란 도시는 아리산을 가기 위한 관문 정도로 패스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 이번 아리산 등산 때 자이란 도시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그 이유는 넷플릭스의 한 푸드 다큐 '스트리트 푸드 아시아(Street food Asia)'가 결정적인 계기였어요.
보통 스트리트 푸드 아시아는 매 에피소드별로 아시아 각 나라별 대표 도시를 선정해 그 도시 속 길거리 음식 3~5개 정도를 메인 테마로 집중 조명해요. 한국은 서울, 일본은 도쿄 등으로 대부분 수도로 구성되었는데 대만은 타이베이가 아닌 '자이'더라구요. 만약 대만의 맛고장인 타이난이었다면 그러려니 했을텐데 외국인들에겐 다소 낯설 수 있는 자이란 도시가 선정된 게 흥미롭더라구요.
다큐 내용에 따르면, 자이는 아리산 등 산간지역으로 인해 오랫동안 대만 다른 지역과 교류가 단절되어 오히려 대만의 원주민 문화 및 전통이 오랫동안 계승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타 지역보다 대만어 (지금의 중국어와는 다름)를 쓰는 비중이 높다고 해요.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자이'를 그냥 패스할 수가 있나요? 새벽부터 대만 아리산 일출보고 버스로 약 2시간 30분 달려 자이에 도착해 다소 피곤하지만, 타이난 가기 전에 약 4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 이 곳에서 점심부터 반일 정도 일정을 보내기로 했어요.
자이에는 오전 11시 30분쯤 도착했어요.
오후 12시 ~ 대만 자이에서의 점심 : 칠면조 고기 덮밥
넷플릭스에 나온 자이 길거리 음식은 모두 자이 야시장 속 점포 및 식당들을 다뤘어요. 자이 야시장도 구경하고 가면 좋지만, 아쉽게도 전 자이에서 한낮만 보내는 일정이기 때문에 프로그램 속 메인 푸드였던 '칠면조 고기덮밥 火鸡肉饭' 을 하는 식당을 찾기로 했어요.
구글맵을 통해 열심히 현지맛집을 찾았어요. 자이역에서 약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해있었는데요. 그 근처에 자이의 여행명소들이 그리 멀지 않길래 자이 시내를 구경할 겸해서 목표로 잡고 걸어 갔습니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멀리서도 눈에 보이는 높은 누각의 화려한 사원이 있길래 중간에 또 들러서 구경을 해봤어요. 嘉邑九華山地藏庵 (Jiuhua Mountain Temple)이라는 곳이었는데 대만에서 흔히 보이는 도교 사원이 아닌 '불교 사원'이었어요. 지장보살을 포함한 다양한 부처들을 모시는 사원이라고 하네요.
자이는 제 생각보다 꽤 큰 도시였어요. 번화가처럼 보이는 곳을 걸으며 사람들이 줄서서 먹는 맛집도 구경하고 수제 소시지가 주렁주렁 메달린 풍경도 보구요.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걷다보니, 제가 목표로 한 칠면조 고기 덮밥 맛집에 도달했습니다. 주변에 다른 노점도 있음에도 유독 이 곳에서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어서 멀리서도 "아 저기구나"하고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항상 그랬듯 안에서 먹고 갈지, 포장해갈지 먼저 물어보구요. 전 안에서 먹고 갈 거라고 하니 잠시 기다렸다가 자리가 나 바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기다리면서 보았던 다양한 반찬 등을 눈에 담아두었다가 칠면조 고기덮밥과 함께 대만식 소시지, 피단 두부를 주문했습니다. 칠면조 고기 덮밥은 우리나라 사람들 기준으로 양이 적게 느껴질 수 있으나 가격이 35TWD(거의 1500원도 안되는..). 원래 길거리 음식으로 발달한 것이기 때문에 단품으로 먹기 보단 다른 반찬들과 함께 곁들여 먹는 게 좋아요. 그래봤자 한화로 약 3천원 내외의 소박한 식사를 즐길 수 있어요.
사실 비주얼보고는 맛있어봤자 생각했었는데 한 입 먹자마자 "헐, 이게 뭔데 맛있지?"하고 동공 확장. 칠면조 육즙이라고 할까요? 밥알에 한알한알 베여 있었고 칠면조 고기는 상당히 부드러웠어요. 우리나라는 칠면조 고기를 잘 안먹으니 사실 전 서브웨이 샌드위치 먹을 때 아니면 먹을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부드럽고 감칠 맛 나는 고기인 줄 처음 알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대만 여행을 마친 후에도 가장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였습니다.
혹시나 아리산 여행을 마치고 자이를 지나가시는 분들. 시간이 남는다면 꼭 이 식당이 아니더라도 자이에서 칠면조 고기 덮밥은 꼭 한번 드셔보세요. 다른 지역에선 찾기 힘든 이 곳의 지역 특색 음식이며 향신료 맛이 강하지 않고 오히려 담백하고 슴슴한 느낌으로 한국 사람들 입맛에도 잘 맞는 음식이란 생각이 듭니다.
식사를 마치고 남은 일정은 내용이 길어져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가겠습니다.
제가 방문한 식당 정보는 아래 구글맵을 통해서 찾아볼 수 있구요. 관련해서 브런치에도 글을 남겼는데 많은 분들이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동입니다.
식당명 : 桃城三禾火雞肉飯
주소: No. 97號, Minquan Rd, East District, Chiayi City, Taiwan 600
영업 시간 : 10:00AM-7:00PM(목요일 휴무)
https://goo.gl/maps/9sNv1RY4yXGeTzdk7
대만 아리산-자이 여행 에세이 브런치 바로가기 https://brunch.co.kr/@msk-y/89
<참고하면 좋을 글>
https://lingual-hitchhiker.tistory.co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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