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목포에서 2주살이를 하고 왔어요. 하루에 1끼 이상은 목포에서만 먹을 수 있는 별미를 먹어야 겠다 결심했고 그대로 실천했는데 정작 맛집 후기는 뒤에 바로 대만 여행 다녀오느라 업데이트가 많이 늦어졌습니다. 어디부터 소개를 해드릴까하다가 목포에서 먹은 것 중 가장 이색적이고(?) 제가 기대를 많이 했던 특별한 식당이 있어요. 바로 88포장마차라는 곳인데요.
목포 현지인들 사이에는 이미 유명한 곳이고 주말엔 웨이팅 감수해야 한다는 곳이죠. 이 곳이 유명한 이유는 바로 생똥집이에요. 살면서 생똥집..그러니까 닭똥집인데 익히지 않은 똥집이요. 드셔보셨나요? 전 육회도 좋어하고 닭똥집도 좋아하고 각종 내장덕후이기도 한데요. 이 생똥집을 듣자마자 '와 궁금하다 먹고싶다 먹고싶다 먹고싶다'만 한 100만번 생각했어요. 게다가 여기에선 뜬금없이 김밥맛집으로도 유명하더라구요? 그러니까 쌩똥집을 김밥 위에 올려먹어야 한다는 것이 국룰. 이는 제가 예전에 부산 영도에서 김밥 위에 해삼이나 멍게 등을 얹어 먹었던 그 기억을 연상시켰습니다.
목포 88 포장마차 반반 포장은 불가
목포 88포장마차는 지점이 꽤 있더라구요. 평화광장 근처에도 있긴 했는데 이왕이면 본점에서 먹고 싶어서 전 위치는 애매했지만 88포장마차 본점으로 갔습니다. 원래는 포장을 하려고 했어요. 익힌 닭똥집 반 + 생똥집 반 + 김밥 이렇게요. 아무래도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포차인데다가 사람들이 많아 테이블을 차지하고 혼술하기가 조금 애매했거든요. 그런데 포장을 하면 반반이 불가하다고 하셨어요. 아예 생똥집으로 포장해서 남은 건 직접 익혀먹으라고...하지만 전 호텔에서 머무는데 어떻게 화기를 사용하나요. 그래서 그냥 "아 그럼 여기서 먹고 갈게요! 하고 맥주 1병까지 주문했어요"
전 원래 프로혼술러이긴 한데, 대부분 브루어리 펍이나 칵테일바에 한정되었거든요. 이런 쌩 소주까는 곳에서 혼술하려니까 뭔가 얼굴에 철판을 깔아야 할 거 같은 느낌. 다행히 이 날은 금토일이 아닌 평일 저녁이라 줄서는 것은 없었습니다.
가게 창문에 붙어져 있던 경고사항. 일반 장염과 배탈 등 사례가 많았나봐요. 아무래도 닭똥집을 생으로 먹는다는 것 자체가 과학적으로(?) 안전한 것인가에 대해 별도 증명된 사례는 없었던 거 같고. 하지만 장이 예민하거나 배탈이 자주 나시는 분들은 확실히 피하셔야 할 듯 합니다. 하도 클레임을 많이 받아서 스트레스 받은 듯한(?) 경고장.
일단 김밥이 나왔는데요. 5천원치 김밥입니다. 기본 2인분 주문 가격이라, 어쩔 수 없이 주문했는데 양이 엄청 많쥬. 여기에 먼저 생똥집이 짠 나왔어요. 오오, 뭔가 육회와 사뭇 다른 이 비주얼 되게 설렜어요. 생똥집을 기름장에 찍어 먹어보았는데, 식감이 재밌었어요. 맛 자체는 예측가능한 맛입니다. 육회와는 다른 맛인데 닭똥집 자체가 원래 특유의 식감과 기름장으로 먹는 음식이잖아요? 그게 생으로 먹으니 더 와닿는 느낌이랄까요?
김밥에도 올려먹어보구요. 일명 생똥집 김밥. 김밥 자체도 평범한데 맛있습니다. 김밥 마시는 짬이 풍부한 느낌? 물론 생똥집을 올려 먹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저 많은 김밥. 여자 혼자 다먹었습니다.
익힌 똥집은 뒤늦게 나왔어요. 청양고추와 함께 볶아 살짝 매콤한 느낌이 나는 이 익힌 똥집도 맛있었습니다. 만약 생똥집 도전이 두려우신 분이라면 이 익힌 똥집만으로도 전 88포장마차에 한번쯤 올만한 가치가 있는 거 같아요. 혼자와서 생똥집과 익힌 똥집, 김밥과 번갈아가면서 맛을 아주 제대로 음미, 여기에 카스 한 병까지. 정말 배터져 죽을 뻔 했습니다. 그럼에도 다 빈그릇으로 헤치운 거 실화..?
아마 저 가고 나서 여자 푸파가 다녀갔다라고 생각하셨을 듯. 지역 여행가면 이런 별미 맛보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개인적으로 이후 목포에 지인과 방문하면 다시 한번 오고 싶단 생각이 든 곳입니다.
88포장마차 생똥집과 닭똥집 가격은 각각 19000원. 안에서 먹고 갈 경우 반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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