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양조장을 알게 된 지는 어엿 2년정도 된 거 같습니다. 처음 알게 된 건 수제맥주 브루어리 펍이었어요. 그 곳에선 보틀 맥주도 종종 판매하는데 그 날은 특이하게 막걸리를 들여놨더라구요. 병이 너무 예뻐서 "어 이거 뭐에요?"라고 물었는데 요새 핫한 술이라고 해서 당시 호기심 발동했던 거 같아요. 또 맥덕 사이에서도 은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더라구요. 아니 전통주 막걸리인데 왜 수제맥주 덕후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거지? 라고 호기심이 발동했는데 맛을 보고 깨달았어요. "아 사워맥주 좋아하는 맥덕들이 좋아할 맛이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같이 양조장' 소개
같이양조장은 2020년 4월, 연희동에서 시작했다고 해요. 지금은 합정으로 이전했는데 여전히 술 이름은 연희OO 시리즈로 나가고 있어요. 연희라는 이름이 예쁘기도 하구요. 같이양조장이 만드는 연희OO 시리즈 막걸리는 기존의 막걸리와는 다소 다른 맛입니다. 신 맛, 새콤한 맛을 기본 베이스로 깔고 가요. 그래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여자들의 기호에 조금 더 맞는 느낌?
옛 고문헌 속에 존재하는 전통주를 기반으로 다양한 재료와 조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술을 만든다는 모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체성은 '가향주'인데요. 가향주는 문자 그대로 '향'이 들어간 술을 말합니다. 인위적인 향이 아니라 꽃이나 식물 잎 등을 넣어서 빚은 약주를 가리켜요.
같이양조장은 유자, 민트, 팔각, 샤인머스캣, 딸기 등 신선한 과일 원물을 실제로 활용해 술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해요. 틈틈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그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 "아 저건 사러가야해" 욕구를 발동하게 만드는 곳이에요. 올 추석엔 직접 방문해서 같이양조장 술 선물 세트를 사가기도 했어요. (본가에 내려가서 술의 절반은 제가 거의 다 마신 듯)
같이양조장 연희시리즈 소개
연희시리즈는 실제 과일 원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시즌마다 한정으로 나오는 것도 있고 1년내내 나오는 것도 있어요. 예를 들어 연희 샤인머스캣 같은 경우엔 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대표제품은 연희민트인데요. '단양주, 부의주' 기법으로 빚은 막걸리라고 해요. 단양주는 한 번 담궈 술 발효를 끝낸 술이고 부의주는 동동주처럼 밥알이 둥둥 뜬 술을 가리켜요. 이 두가지 기법을 활용해 막걸리를 빚고 건조 민트를 넣어 완성한 술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모든 연희 시리즈가 같은 베이스 막걸리를 이용한 게 아니라는 점인데요. 가령 연희 유자는 전통주 호산춘 기법으로 막걸리를 빚고 유자를 넣었다고 해요. 호산춘은 고려시대 기원한 술로 쌀보다 물을 적게 넣어 단맛과 알코올 도수를 높인 술이라고 합니다. 연희 멜론은 삼양주, 연희매화는 석탄주, 연희팔각은 진양주, 연희홍차는 하향주 등을 기반으로 한다고 하네요. 자칫 명맥이 끊어질 수도 있었던 전통주 기법을 다시 살려내 MZ세대들 사이에서 트렌디한 술을 만들어내는 게 인상적입니다.
2022년엔 합정동으로 이전하고 나서 원데이 전통주 만들기 + 칵테일 체험 프로그램을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하더라구요! 가격은 약 6만원. 시간 될 때를 벼르고 있다가 추운 크리스마스 이브에 같이 양조장에 방문했어요.
같이양조장 전통주 만들기 체험 후기
같이양조장 인스타그램을 통해 매주 토요일 전통주 만들기 & 전통주 칵테일 체험 프로그램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와, 이건 가야지" 하고 눈여겨 보고 있었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올해 다른 지방 여행도 하고 토요일마다 일이 많아서 계속 미루기만 했는데요. 마침 12월 토요일에 시간이 나서 드디어 체험을 하고 왔어요.
체험 시간은 약 2시간 소요된다고 보면 되는데요. 약 1시간은 전통주 만들어보고, 1시간은 아래에 있는 바에서 같이양조장 술을 활용한 다양한 칵테일을 맛볼 수 있게 짜여져 있어요.
체험실은 상당히 넓었는데 크게 랩실(효모 배양 등 작업 진행)과 만들기 체험장 두 섹션으로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처음엔 랩실을 통해 술을 연구하고 만드는 과정 등을 대략적으로 설명해주는데요. 무균실에서 배양 중인 효모를 채취해 현미경으로 보는데 막 살아 움직이는 효모가 신기했어요. 마치 과학실험 구경하는 느낌이랄까요? 술과 관련된 실험이나 연구이야기는 뭘 들어도 재밌는 거 같아요.
이후, 옆 체험장으로 이동하는데요. 책상엔 오늘의 술을 만들 재료와 도구들이 마련되어 있어요. 원데이 클래스이기 때문에 속성으로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층층지주'를 만드는데요. 층층지주는 백설기로 만드는 술이에요. 옛날 양조장이란 개념이 없었던 시절, 집집마다 술을 빚어 관혼상제 의식이 있을 때 활용했다는 데요. 만약 당장 술이 필요한데 담궈 놓은 술이 바닥났을 때 난감해지잖아요? 그 때 정말 속성으로 술을 만들었던 술이 층층지주라고 합니다.
우선 앞에는 말린 딸기와 애플민트잎이 있었어요. 이는 가향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 취향에 맞는 재료를 매번 선정하면 된다고해요. 그리고 백설기 두덩어리가 있었는데요. 백설기 이외에도 다양한 떡으로 만들어보는 시도를 해도 된다고 해요. 인절미도 가능한지, 무지개떡도 가능한지 등등 질문을 했는데, 가능은 한데 인절미는 그리 추천하진 않는다고 합니다. 오늘 떡으로 술 만드는 원리를 배우면 나중에 따로 사서 집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소리에 눈이 초롱초롱. (설탕이나 소금 없이 만든 백설기를 이용)
직접 경험해보니, 정말 간단하고 쉬워요. 대략적으로 과정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비커에 딸기와 애플민트를 취향껏 담고 뜨거운 물을 붓습니다.
2.용기에 백설기 첫번째 덩어리를 500원짜리 동전 크기 정도로 뜯어서 넣어요.
3.용기의 반 정도 차는데 이 때 앞에 놓인 효모를 절반 정도 넣어주구요.
4.남은 백설기 두번째 덩어리를 똑같이 뜯어서 넣어준 후 남은 효모를 다 부어줍니다.
5.물을 부어주고 주걱으로 잘 저어줍니다.
6.잘 저어졌으면 여과지로 입구를 막고 뚜껑을 살짝 올려줍니다. (꽉 닫으면 발효되는 과정 중 터질 수..가 있다고 하니 주의하세요)
이후 만들어진 것을 집에 들고가서 약 5~7일간 상온에서 보관하고 술을 직접 걸러주면 된다고 합니다. 7일 초과할 경우 술이 정말 맛이 없어진다고 하니 가급적 7일 이내 걸러서 먹는 것을 권장하고 2주 이내 음용할 것! 아직 집에서 술이 발효 중인데 과연 무슨 맛이 날지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같이양조장 전통주 칵테일 후기
같이양조장 전통주 칵테일 시음은 체험장 1층에서 진행해요. 여기에 작은 바가 마련되어 있는데 대중에게 개방된 바는 아니고, 체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만 운영한다고 합니다. 저희가 칵테일 시음하는 동안 손님들이 오셨는데 '여기서 시음가능하냐'고 물어보셨어요. 아쉽지만 불가합니다.
매번 전통주 칵테일 라인업은 바뀌는 듯 해요. 이 달의 전통주는 1)한방티 2)딜라이트 모주 3)연희또 4)연희민초 5)삽살개 였는데요.
1)한방티 : 몸에 좋은 약과 같은 차. 같이 양조장의 복지..?이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정말 더 약 같았어요. 따뜻한 겨울에 몸에 열내기 좋은 차로 식전차 개념으로 좋은 거 같았어요.
2)딜라이트 모주 : 윈터 딜라이트 + 감초 + 시나몬 으로 맛을 낸 따뜻한 모주인데요. 전주 모주랑은 맛이 다르고, 오히려 막걸리를 뱅쇼처럼 만들었다고 하는게 더 적합한 것 같습니다. 겨울철 뱅쇼를 매우 좋아해서 한 모금 마시고 맛있어서 이건 따로 안파나 생각을 했을 정도
3)연희또 : 같이양조장 대표제품인 '연희민트'에 토닉 워터를 넣어 만든 민트하이볼이에요. 원래 연희민트가 '모히또'에 영감을 얻어 만든 제품인데요. 탁주를 하이볼처럼 만드는 것도 신기했는데 의외로 부드럽고 개성있는 맛이었어요. 민트 자체는 원래 호불호갈리는 재료이지만 연희또는 불호가 거의 없을 맛입니다.
4)연희민초 : 민트에 이어 민초. 실제로 초코를 넣은 건 아니구요. 연희 민트에 수국을 다져넣은 게 연희민초인데요. 스벅 자바칩처럼 바닥에 동글동글하게 깔린 게 수국이라고해요. 그게 마치 초코를 씹는 느낌을 줄 수 있어서 붙은 연희민초.
5)삽살개 : 가장 반응이 좋았던 칵테일. 연희홍차에 우유+아이리쉬 위스키 휩을 올려 표현한 칵테일인데요. 마치 아인슈페너 비주얼이었어요. 앞의 연희또와 연희민초, 그리고 각종 시음주로 마신 제품들이 다 산미가 있어서 삽살개를 먹기 전에 살짝 속이 쓰린 감(?)이 있었는데요. 삽살개의 부드러운 크림으로 중화되어 마무리로 제격이었던 것 같아요.
여기에 '색다른 한잔'과 콜라보로 만든 색다른 프라이드 , 합정 전통주점 '따로집'과 콜라보해서 만든 합정백야를 추가로 시음할 수 있었어요.
합정 백야는 과일 리치를 주재료로 만들었는데 부드러우면서 풍부한 리치향이 특징이었어요. 이는 같이양조장에선 구매 불가하고, 전통주점 '따로집'에서만 구매가능하다고 하고요. 색다른 프라이드는 무지개 레이블에서 볼 수 있듯이 다양한 가치가 존중받는 원칙을 시도하는 수제맥주&와인 비스트로 '색다른 한잔'과 콜라보했는데 딸기와 복숭아,리치를 갈아 만든 술이라고 하네요.
잊혀져 가는 전통주 기법과 신선한 과일 원물을 사용해 트렌디한 술을 만들어내는 같이양조장 리뷰 및 후기를 마칩니다.
'세계 브랜드 이야기 > 맥주 위스키 와인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산 송정 툼 브로이펍 X 살찐돼지 | 독일 맥주 시음회 다녀온 후기 (+독일 맥주 지식 추가) (2) | 2022.11.02 |
---|---|
와인 입문 초보 상식 | 와인 가격이 비싼 건지 아닌지 판단하는 방법 (와인서쳐 wine searcher) (2) | 2022.10.28 |
영국 파운드화 약세와 위스키 가격 상관 관계 (위스키가 비싼 이유) (2) | 2022.10.25 |
원소주 시리즈 | 오리지널 클래식 스피릿 차이 뭘까? (+1병 용량 도수 가격 정보) (0) | 2022.10.24 |
대만 위스키 | 영화 <헤어질 결심> 속 카발란 위스키 브랜드 이야기 (1) | 2022.10.19 |